오늘날 우리 개신교인들에게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교회는 오랫동안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라는 영성 훈련을 활용하여 왔습니다. ‘렉시오 디비나’는 라틴어 ‘독서(Lectio)’와 ‘신적인(divina)’의 합성어로 ‘영적 독서, 성서 독서, 성독(聖讀), 거룩한 독서’ 등으로 번역됩니다. 렉시오 디비나는 독서, 묵상, 기도, 관상 등 네 단계가 있으며, 성경 말씀을 읽고(독서·Lectio), 그 말씀에 대한 묵상(Meditatio)과 기도(Oratio), 그리고 사랑 안에서 하나님의 현존에 대한 경험(관상·Contemplatio)을 추구하는 영성 훈련 방법입니다.
첫 단계인 ‘독서’는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주의 깊게 성경 말씀을 읽고 듣습니다. 성경은 성령의 감동으로 쓰인 하나님의 말씀이기에 소설책을 읽듯이 너무 빨리 읽으면 깊은 영적 의미를 깨닫기 어려우므로 눈으로 본문을 보고, 입으로는 소리내어 읽으며, 귀로는 듣고, 마음으로는 그 뜻을 새기는 전인적 독서를 합니다. 둘째 단계인 ‘묵상’은 마음을 단순하고 순수하게 하여 성경 말씀을 되새김(ruminatio) 합니다. 성경의 한 말씀이 온전히 자기 것이 되도록 끊임없이 되새기고 맛보는 것입니다. 셋째 단계인 ‘기도’는 나의 노력 대신 하나님께서 활동하시는 길을 준비하면서 우리 마음을 끊임없이 그분께 열고 성령의 처분에 맡기는 적극적인 노력입니다. 내가 갈망하는 것을 내 힘으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음을 깨닫고 하나님의 초월적인 도움을 구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단계인 ‘관상’은 하나님을 직접 경험하는 단계입니다. 이때는 간절한 기도를 올리는 사람의 갈증 못지 않게 하나님께서도 애타게 다가오십니다. 이 단계에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없으며 전적으로 하나님께서 오시고 일하십니다. 이 단계는 앞의 세 단계와는 달리 수동적으로 하나님을 체험하게 되고 거룩하신 하나님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렉시오 디비나 훈련이 되면 참고서나 각주 없이도 성경이 읽어집니다. 성경을 기록하게하신 성령(딤후 3:16)의 도우심 가운데 말씀이 깨달아지고 믿어지기 때문입니다. 렉시오 디비나의 각 단계마다 엄격한 훈련을 해야 하지만 우선 성경을 읽는 우리의 자세를 바꾸는 것입니다. 우리는 대개 ‘내가 성경을 읽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경이 나를 읽으시게’ 하는 것입니다. 말씀이 나를 조명하시게(illumine) 하는 것입니다. 나 자신을 성경 아래에 놓고 성경이 나를 조명하게 하는 것입니다. 성경을 읽으실 때 이 훈련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