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을 날씨가 참 좋습니다. 따가운 햇볕이 상쾌합니다. 나뭇잎이 단풍으로 물들어 갑니다. 단풍은 날씨가 차가와지면서 나뭇잎이 더 이상 광합성을 할 수 없어 엽록소가 파괴되고 기존에 없던 안토시아닌이란 색소가 나타나서 붉고 노랗게 물드는 과정입니다. 단풍이란 나뭇잎이 소멸하는 죽음의 서곡인데도 사람들은 단풍이 아름답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단풍이 인생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가을이면 나뭇잎은 단풍이 들고 낙옆이 되어 땅에 떨어져 한 일생을 마감합니다. 단풍은 낙옆이 되어 떨어져 죽는데도 사람들은 왜 아름답다고 하는가? 단풍은 병든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늙음이기 때문입니다. 낙엽은 떨어져 죽는데도 왜 추하지 않은가? 나뭇잎이 자기의 할 일을 다 마치고 떨어져 내년을 기약하기 때문입니다. 단풍이 왜 아름다운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아름다운 것입니다.
단풍이 겨울의 목전에서 가장 아름답듯이 인생도 마지막이 가장 아름다운 것입니다. 몸이 병든 것을 아름답게 볼 수 있다면 그는 가을처럼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늙는 것을 아름답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는 단풍처럼 아름답게 물든 사람입니다. 죽음을 아름답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는 낙옆처럼 담담하고 자신 있는 사람입니다. 아름다움이란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단풍이 생명 나무의 절정이듯이 사람의 늙음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석양에 물든 하늘처럼 아름답습니다. 낙엽을 태우면서 그 냄새에 정취를 느끼듯이 인생은 마지막이 아름다운 것입니다. 병든 몸도 아름다울 수 있고 늙어도 아름다운 것입니다. 나무가 싹이 나서 자라며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 것도 아름답지만 단풍이 물들고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것도 가치 있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또 한 해가 저물어 가는 가을에 좀더 곱고 아름답게 늙어가는 것을 감사하는 계절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