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려 감사합니다. 답장을 바로 드리지 못했군요. 눈도 침침하고 하여 붙어 앉아 글 한 줄 쓰는 것이 쉽지 않네요. 이해하세요. 염려하시는대로 이곳 사정은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바로 옆에서 폭탄이 터지는 상황은 아직 아닙니다. 직접 목도하는 것은 아니지만 들리는 이야기로 이곳에 거주하던 미국과 서유럽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 하네요. 저희들도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떠나라는 경고를 받고 있습니다. 오늘만해도 그 경고를 4 단계로 상향 조정한다는 메일을 받았지요.
기독교를 받아들인지 천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부패하고 이기적일 뿐 아니라 지지리도 못사는 나라. 여전히 친서방 세력과 친러시아 세력으로 나뉘어 싸움을 하고 있는 나라. 그래도 그 끝자락이지만 유럽의 나라라고 목을 고추 세우는 백성들. 그런 이 나라 백성들에 게 어디 고운 시선이라도 가겠나요?
그런들, 설사 전쟁의 굉음이 들린다 해도 이들을 어찌 떠나겠습니까? 떠난다한들 어디로 가겠습니까? 사람의 선택이 아닐진대, 하나님께서 ‘가라!’ 하셔서 ‘왔노라!’ 하는 믿음을 팽개치겠습니까? 하나님께서 ‘머물라’ 하시는 그때까지 머물기로 우리 내외 마음을 정했어요. 특별히 믿음이 좋아서 그리 결정한 것은 아니에요. 딱히 갈 곳도 없어요. 하나님의 종으로 30여년 살았지만 지쳐가는 노구 뉠 곳이 없는 것이에요. 늘 하나님께서 주신다고 믿고 살아왔으니 ‘죽으면 죽으리라’ 믿고 여전히 감사의 기도로 아침을 깨울 것입니다.
‘사탄의 도구인 코비드-19와 세상을 불안케 하는 악의 세력들을 멸하여 주십사’ 기도해 주세요. 성령 하나님께서 목사님 가정과 교회 위에 항상 함께 하시기를 기도하며,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최 선교사 내외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