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여름에 피는 꽃도 아름답지만, 가을에 광합성 작용을 멈추고 잎색깔이 초록색에서 노란색, 갈색,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스스로를 떨구고 겨울을 준비하는 단풍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우리 인생도 마지막이 아름다워야 잘 산 인생이요 행복한 인생입니다. 아래는 ‘가을 단상’이란 제목의 용혜원 시인의 시입니다.
단 하나의 낙엽이 떨어질 때부터/ 가을은 시작하는 것/
우리들 가슴은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거리로 나서고
외로움은 외로움대로/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낙엽과 함께 날리며 갑니다
사랑은 계절의 한 모퉁이 공원 벤치에서/ 떨리는 속삭임을 하고/
만남은 헤어짐을 위하여 마련되듯/ 우리들의 젊은 언어의 식탁엔/
몇 가지의 논리가 열기를 발산할 것입니다
가을이 푸른 하늘로 떠나갈 무렵/
호주머니 깊이 두 손을 넣은 사내는/ 어느 골목을 돌며 외투깃을 올리고/
여인들은 머플러 속에/ 얼굴을 감추고 떠날 것입니다
모든 아쉬움은/ 탐스런 열매들을 보며 잊혀져가고/
초록빛들이 사라져갈 무렵/ 거리엔 빨간 사과들이 등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