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Art is long, life is short)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의사였던 히포크라테스(B.C. 460-370)가 한 말입니다. 그가 그리스어(ἡ δὲ τέχνη μακρή, ὁ δὲ καιρὸς ὀξύς)로 한 말을 라틴어로 번역하고 (Ars longa, vita brevis), 다시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인생은 짧은데 예술(art)은 길다고 말한 것처럼 전해져왔는데, 사실은 그리스어의 τέχνη(techne)는 예술(art)이 아니라 ‘기술’ 또는 ‘의술’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의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고 번역하는 것이 맞다는 것입니다. 히포크라테스의 말은 그가 위대한 의사였음에도 완전한 의사가 되기에는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는 고백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의술 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든지 하나의 기술을 완전히 마스터하기에는 인생이 너무나 짧습니다.
오늘 시편 90편은 인생의 유한함과 허무함을 한탄하면서 영원하신 하나님의 긍휼을 구하는 기도입니다. 누가 이 시를 지었습니까? 표제(sub-title)를 보시면, ‘하나님의 사람 모세의 기도’라고 되어 있습니다. 소박한 문체, 옛스런 표현, 주제의 방대함, 신명기 단어와의 일치 등이 시편 90편의 저자가 모세라는 견해를 뒷받침합니다. (15절의 ‘날’ ‘년’; 신 32:7; 16절의 ‘행사’; 신 32:4; 33:11). 이 시는 시편에서 가장 오래된 시일 뿐만 아니라, 가장 장엄한 시입니다. 하나님의 영광과 영원함에 비해서 인간의 유한함과 연약함을 보여주는 시입니다. 모세가 이 시 하나만 지은 것이 아닙니다. 출애굽기 15장에는 ‘모세의 노래’(The Song of Moses)가 있습니다 (출 15:1-18). 출애굽기 15장의 ‘모세의 노래’는 홍해를 가르시고 이스라엘 백성으로 하여금 마른땅을 걷듯이 건너가게 하신 하나님의 위대한 능력에 대한 ‘찬송시’입니다. 하지만 시편 90편은 하나님의 약속을 확고히 신뢰하는 시인의 관점에서 인생의 무상함과 영원하신 하나님의 영광과 능력을 거론하면서 하나님께 긍휼과 지혜를 구하는 ‘기도시’입니다.
인간은 변하고 늙고 죽지만, 하나님은 변함이 없고 그의 영광과 위엄은 영원합니다. 우리가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감정이 변하고, 자꾸 늙어가는 자신을 볼 때, 그리고 죽을 날이 점점 더 가까울 때 불안과 인생무상을 느끼게 됩니다. 그럴 때 우리가 평안과 기쁨을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까요? 아무리 세상이 힘드고 어려워도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평안과 만족과 기쁨은 유한하고 연약한 인간이 영원하신 하나님께 대하여 가지는 바른 관계에서 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주님 안에 참된 평안과 기쁨과 행복이 있음을 깨닫고 주님께로 돌아가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