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의 언어인 헬라어에는 ‘새로움’을 의미하는 단어로 카이노스(kainos)와 네오스(neos)가 있습니다. 카이노스는 과거로부터 존재했지만 아직 실현되지 못했던 것이 질적으로 완전히 새롭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고후5:17에서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라고 말씀할 때의 ‘새로운’이라는 말은 ‘카이노스’입니다. 즉 이전부터 있어온 피조물이지만 예수님을 믿는 순간 질적으로 완전히 새롭게 변화된 피조물로 바뀌어진다는 뜻입니다. 반면에 네오스는 주로 시간적이고 순서적인 새로움으로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새롭게 존재하게 된 것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그러므로 요한복음 13:34에서 ‘새 계명’에서 사용된 단어는 네오스가 아니라 카이노스입니다. 즉 과거에 없던 계명을 예수님께서 새롭게 주신 계명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있었던 계명이지만 그 계명의 참된 의미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고, 너무나 중요한 계명인데도 하나님의 백성들의 삶 속에 충분히 실현되지 못한 계명이라는 것입니다.
카이노스와 네오스가 구별되어 사용된 구절은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라는 말씀입니다.(마9:17, 막2:22, 눅5:37) 한글 성경은 포도주와 부대 앞에 똑같이 ‘새’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원어 성경은 “새(네오스) 포도주는 새(카이노스) 부대에”라고 구별하여 표현하고 있습니다. 왜 예수님은 똑같이 새 것을 나타나는 말에 각기 다른 단어를 사용하셨을까요? 그것은 새 포도주(예수의 복음)는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이라면, 낡은 부대는 이미 가지고 있었지만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린채 형식적으로 되어버린 유대교를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씀은 하나님의 새로운 은혜를 쏟아버리지 않으려면 그 은혜를 받을 수 있는 그릇을 새롭게 하라는 의미입니다.
시간을 의미하는 헬라어에도 물리적이며 일반적 시간을 의미하는 크로노스(chronos)와 주관적이며 질적으로 의미 있는 시간을 뜻하는 카이로스(kairos)가 있습니다. 크로노스가 인간의 시간이라면 카이로스는 하나님의 시간입니다. 만약 카이노스와 카이로스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의 삶이 질적으로 새롭고 의미있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