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단풍은 봄 여름의 꽃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단풍은 마지막 생명의 아름다움을 한껏 보이다가 나무 가지에서 분리되어 땅에 떨어집니다. 세상의 모든 생명있는 것들은 나뭇잎과 같은 길을 갈 것을 알기에 더욱 애틋합니다. 올 가을에는 비가 자주 내렸습니다. 예년 같으면 바람결에 나뭇잎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겠지만 올해는 자주 내린 비에 나뭇잎은 소리없이 떨어집니다. 가을은 소리 없이 깊어만 갑니다.
사실 단풍은 서리맞은 잎새들의 엽록소가 분해되어 엽황소로 변해 붉게 또는 노랗게 변하는 자연현상입니다. 아직은 아름다운 단풍이지만 이제 서리가 내리면 그 아름다움도 다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단풍들이 떨어진 낙엽은 단순한 낙옆이 아니라 살신성인(殺身成仁)입니다. 기온이 낮아져서 더 이상 동화작용을 할 수 없을 때 나뭇잎은 나무에 득이 되기보다는 짐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떨구어 냅니다. 단풍은 낙옆이 되어 그 몸을 썩혀 땅을 기름지게 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의 변화를 보면서 우리 인생을 생각해 봅니다. 탄생과 유아기, 청소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를 맞이하게 되는 세대간의 교체를 생각합니다. 나아가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해 땅에 떨어지는 한 알의 밀알이 되신 우리 주님의 일생을 생각해봅니다.(요 12:24) 이제 곧 겨울이 성큼 다가올 것입니다. 계절의 흐름 속에서 최선을 다해 사는 나무를 바라보면서 우리들도 마지 못해서가 아닌 기쁨으로 그와 같은 길을 가야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