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깨어져 금이 가고 못생긴 오래된 항아리가 있었습니다. 그 항아리 주인은 다른 온전한 것들과 함께 그 깨진 항아리를 물을 길어오는데 사용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주인은 그 깨진 항아리를 버리지 않고 온전한 항아리와 똑같이 아끼면서 사용했습니다. 깨진 항아리는 늘 주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가 온전하지 못하여 주인님께 폐를 끼치는구나. 나로 인해 그토록 힘들게 구한 물이 새어버리는데도 나를 아직도 버리지 않으시다니…’
어느 날 너무 미안하다고 느낀 깨진 항아리가 주인께 물었습니다. “주인님, 왜 저를 버리고 온전한 새 항아리를 구하지 않으셨나요? 저는 별로 소용이 없는 물건인데요.” 주인은 항아리의 물음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계속 집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길을 지나면서 조용하고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얘야, 우리가 걸어온 길을 보아라.” 그제야 깨진 항아리는 늘 물을 길어 집으로 걸어오던 길을 보았습니다. 길가에는 예쁜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 있었습니다. “주인님, 어떻게 이 길가에 이렇게 예쁜 꽃들이 피어 있을까요?” 주인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메마른 길가에서 너의 깨어진 틈으로 새어나온 물을 먹고 자란 꽃들이란다”
금이 가고 깨진 항아리는 사용 가치가 없습니다. 대개는 버림받을 운명입니다. 그러나 생각과 계획이 깊으신 우리 주님은 깨진 항아리도 소중하게 사용하십니다. 금이 가고 깨진 항아리가 오히려 생명을 살리는 데 사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